분단 70년을 맞는 한국 천주교회의 반성과 다짐

분단 70년을 맞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담화문
민화위  | 2015-06-02 13:57:42 | 조회 : 1595 인쇄하기

분단 70년을 맞는 한국 천주교회의 반성과 다짐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올해는 우리나라가 광복의 기쁨과 남과 북으로 분단된 아픔을 겪은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7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이 겪었던 분단의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민족의 바빌론 귀양살이 70년을 기억하게 됩니다. 이스라엘이 70년의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은총의 새 시대를 맞이하였듯이(2역대 36,21 참조), 올해 2015년이 분단과 갈등의 70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평화를 여는 해가 되기를 염원합니다.

 

그동안 남북한은 ‘7·4 남북공동성명(1972년)’을 비롯하여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을 약속한 ‘남북기본합의서(1992년)’, ‘6·15 남북공동선언(2000년)’, ‘10.4 남북공동선언(2007년)’ 등을 통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힌 남북 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과거의 유물이어야 할 냉전의 극한 상황이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으며, 내부적 이념 갈등도 이미 도를 넘어선 듯 보이고, 또한 비정상적인 상황들이 사회 전반을 병들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단 70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자리에서 민족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예언자적 소명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2코린 5,18)을 소명으로 남겨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 거짓 평화와 자기 위안에 빠져 남북 분단의 갈등이 빚어내는 왜곡된 현실을 눈감아버린다면 신앙인의 소명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하시어, 분단된 남북한이 ‘평화의 기초이며 평화로 향하는 길인 형제애’를 회복할 것을 바라셨고, 모든 신자에게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죄악인 “무관심의 세계화”를 경계하라고 강력히 권고하셨습니다. 점점 심해져 가는 경제적 양극화 현상과 탐욕적 이기주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대하여 무관심하도록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이웃인 북녘 동포들을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마음으로 도울 때, 우리 믿음이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이 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야고 2,14 참조).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제 우리 교회는 한반도 분단 70년을 맞아 올해를 평화의 원년으로 삼고자 합니다. 남북 간의 참다운 형제애와 화해의 부족으로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우리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남북 간의 형제적 사랑을 회복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평화적인 통일을 통해 세계평화의 초석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강대국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타산과 야망으로 요원한 것처럼 보이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희망을 찾고 평화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이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주시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독일의 통일을 위해 서독 교회는 ‘기도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마르 9,29)는 성경 말씀대로 끊임없는 기도운동을 펼쳐나갔습니다. 그리고 동독에 ‘특별한 공동체적 관계’를 유지하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우리부터 먼저 마음을 열고 기도운동에 동참합시다. 특별히 매일 미사 전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지향하는 묵주기도를 통해 성모님께 우리의 희망을 전구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우리는 정부와 북한 당국에 간절히 요청합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로운 공존, 그리고 미래에 이루어질 통일로 가는 지름길인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은 정부 차원은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인도적 차원에서의 협력은 정치적 이념이나 이익에 우선되어야 합니다. 종교단체와 민간단체들을 통한 상호 교류와 협력 사업이 활발해져 참된 평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또한 남북한 당국자들이 기존의 합의들을 서로 존중하여 분단과 냉전체제가 안고 있는 모순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로 용서와 화해를 앞세워야 합니다. 조건 없는 용서만이 민족 화해의 길이라고 믿습니다. 힘과 무기로써가 아니라 진정한 대화를 통하여 군비를 축소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실천할 것을 요청합니다. 동북아 분쟁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한반도가 평화의 중심이 되도록 관련 당사국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면, 분단 상황에서 비롯된 긴장과 대립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화해와 일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부활의 증인인 교우 여러분!

죽음의 어둠을 넘어 부활하신 주님의 영광은, 십자가 위에서 자비하신 하느님 아버지께 온전히 의탁하신 예수님의 전적인 신뢰에서 비롯되었음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비록 우리의 현실이 어둡더라도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의 기쁜 소식이 울려 퍼지도록 주님께 간청합시다.

 

이 땅에 평화를 이루고자 애쓰는 모든 분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참된 평화의 도구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님께서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청합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

 

                                                                                                                         2015년 6월 1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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